이 시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두레박에서 유일하게 기억나는 시인데, 연말에 어울릴 만한 내용이라 옮겨적었습니다.

앞치마에 받은 
물기 어린 아침


나의 두 손은 열심히
버릴 것을 찾고 있다

날마다
먼지를 쓸고 닦는 일은
나를 쓸고 닦는 일

먼지 낀 마음 말끔히 걸레질해도
자고 나면 또 쌓이는
한 움큼의 새 먼지

부끄러움도 순히 받아들이며

나를 닮은 먼지를
구석구석 쓸어낸다

휴지통에 종이를 버리듯
내 구겨진 생각들을
미련 없이 버린다

버리는 일로 나를 찾으며
두 손으로 걸레를 짜는
새 날의 시작이여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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